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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매거진기고] 3D 애니메이션 『반야드』의 채택근

3D 애니메이션 『반야드』의 채택근

“라이팅 아티스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자질은 두말할 것도 없이 ‘눈’입니다. 이 그림에 무엇이 빠지고, 무엇이 지나치고, 무엇을 ‘말이 되게(sensible)’하고, 무엇을 말이 되지 않더라도 넣는 게 좋을 것인가 하는 점들을 보고 이해하는 ‘훈련의 눈’을 말합니다.”

채택근 씨는 90년대 중반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CG산업에 호기심을 갖고 여러 학원을 리서치했다. 그러나 그렇게 발품을 팔아도 생각과 다르게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학원에서 공부했다고 해도 CG업체에서는 미술을 전공한 사람을 선호하는 분위기여서 차라리 좀더 전문적으로 공부할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된다.
그가 뉴욕으로 몸을 옮긴 것은 감히 전 세계 문화의 수도라는 표현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이 도시가 과연 그러한 곳인지 직접 그 안에 살면서 확인해보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또한 그 확인과정 속에서 지적 또는 감성적 가치의 존재를 스스로 발견하게 되면 소위 첨단산업에 해당하는 CG 분야를 공부할 기회 또한 당연히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의 특징을 담고 있는 그 안에서 생활하면 학교수업 이외에도 접하는 주변의 사건들, 그 사건들에 대한 반응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등 흥미로운 리소스가 풍부하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꿈을 구체화하는 데 필요한 지적 접근을 기초로 하여 개인의 능력과 세계를 동일화시키는 그의 진지한 과정이 폭넓은 움직임과 판단 속에서도 관찰된다. 하지만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에서 혼자서 시작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많은 어려웠는데 그 중에서도 뉴욕에서 살 집을 구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그때마다 많은 도움 준 인터넷 사이트가 있었는데 www.ksany.com, www.craigslist.org 였다.

뉴욕의 맨하튼에 있는 학교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이하 SVA)”라는 곳을 알게 되고, 자신의 꿈을 보다 구체적으로 키울 수 있는 학교라는 생각에 그곳 대학원에 입학을 결정한다. SVA는 1947년 뉴욕에 설립된 학교로 뉴욕이라는 장소적인 장점과 그래픽 분야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주목을 받고 있던 학교였고 그때부터 그의 삶은 신선한 야망과 더불어 새롭게 깨어나게 된다. 학교에서 자부심을 들이마실 정도로 학교생활에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온 몸으로 진지함이 느껴지는 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들의 다양한 재능과 안목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학교에 설비된 완벽한 기자재, 그 설비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의 실력에 만족했다. 아울러 동부 최고의 비주얼 스튜디오인 Blue Sky에서 일하는 아티스트들과의 접촉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 또한 아주 만족스러웠다.

SVA컴퓨터아트 학과에서는 50명 중에 한 학기마다 8명에서 15명 정도가 한국인이다. 그만큼 한국에서도 인지도 높은 명문학교다. 그는 자신이 라이팅 분야를 공부하는 데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SVA 학과장이었던 Sonya Shannon을 꼽는다. 그는 Blue Sky의 전신인 Magi Studio 출신으로 이후 디즈니에서 일하다 학교로 왔다고 하는데 성격 고약한 인물로 학생들 사이에선 인기가 아주 없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Sonya Shannon을 튼튼한 안목과 예리한 생각을 가진 아티스트로 기억하고 있다.

또한 Ice Age와 Robot을 감독한 Chris Wedge의 영향도 컸다고 한다. 처음엔 그저 학교 안팎에서 Chris Wedge의 얘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는데 자신의 아이디어를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도 끊임없이 재시도하는 인내와 실험정신을 보고 지조가 있는 멋진 아티스트라고 확신한다. 그가 Blue Sky에 호감을 가졌던 것도 전적으로 그 때문이라고 한다.

Chris Wedge(Ice Age 감독), Carlos Sandana(Ice Age 조감독) 등의 실력자들로부터 수업과 비평의 기회를 접하면서 그는 열정을 쏟을 자신의 분야를 결정하는 데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갖춰야 하는가에 대한 안목을 기를 수 있었다. 그리하여 처음에는 애니메이션에 집중했으나 성격적인 면에서 비주얼 분야가 자신의 적성에 맞음을 깨닫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셋업이 잘되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금방 알지만 일반 관객들은 대부분 영화의 최종 아웃풋을 기억하는 것이 전부다. 따라서 그는 비주얼 아웃풋을 담당하는 라이팅/컴포지팅 분야가 전문적인 기술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과도 상대적으로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이 분야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라이팅이라는 과정이 그 이전의 모든 결과물이 한데 모여 일종의 최종적인 종합평가가 이루어지는 제작과정의 후반 부분이라는 점이었다. 각 과정의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을 보며 인접 부서의 작업에 대한 비평적 이해와 전체과정에 대한 통합적 안목을 형성해나갈 수 있다는 데 이 분야의 매력이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아무리 철저한 계획과 준비를 한다해도 최종적 이미지를 접하기 전 과정까지는 소위 레이아웃부터 애니메이션 이펙트까지 거의 저해상도로 작업하기 때문에 당연히 세밀한 문제점들까지는 잘 볼 수가 없습니다. 마주칠 상황을 예측하며 작업을 하지만 예측은 언제라도 빗나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텍스쳐의 디테일이나 쉐이더의 효과 등이 먼저 드러나지만 그밖에도 효율적인 모델링이 이루어졌는지, 리깅이 애니메이션을 감당할 정도로 탄탄한지, 효과나 레이아웃이 “렌더링이 될 만한 상태 (renderable)”인지, 과연 모두가 어울리는지 등이 확인되기 때문입니다. 화면의 구도에 맞추다 보니 무리하게 또는 비현실적으로 레이아웃이 될 수밖에 없는 샷이 있을 수도 있는데, 화면 밖 간접적 요소들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이를테면 그림자나 반사를 통해서만 화면에 간접적으로 ‘존재’하는 요소들) 라이팅 아티스트가 이를 ‘말이 되는’ 그림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때그때 이를 다시 분리, 조합하여 감독이 요구하는 이미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과학 시뮬레이션이 아닌 영화, 비디오의 경우 그런 요구는 아주 흔한 것이지요. 샷을 받은 라이팅 아티스트는 그런 다양한 스케일의 최종적으로 조합된 파일을 프리프로덕션 과정에서 감독과 아트디렉터 등에 의해 인증 받거나 수립된 Color-keys, Lighting notes, Concept arts 등을 참조하면서 작업합니다.

앞서 열거한 문제점들이 라이팅 아티스트의 조율이나 컴포지팅의 트릭들에 의해 감추어질 수 없는 정도라고 판단이 될 때, 그러한 요소들은 다시 각각의 부서로 되돌려지고 수정 보완되어 돌아옵니다. 프로덕션마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책임의 소재가 조금씩은 다를 수 있겠으나, 라이팅 아티스트에게도 그러한 문제의 소재를 파악하고 해결방식에 대한 제언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안목과 기술적 지식, 효율성은 필요합니다.


렌더러의 특성이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렌더링 테그놀로지 일반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면 그때마다 다른 TD들의 도움에만 의지해야 하고 프로덕션의 전반적인 속도는 당연히 쳐지게 됩니다.

샷의 색감과 무드를 만들고, 돋보여야 하는 점과 ‘죽어줘야(downplay)’하는 요소를 식별하고, 광원들의 모티베이션을 찾거나 만들어 내어 그림자들과의 대비를 구현하고, 같은 Sequence 내의 다른 샷들과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등의 예술적 책임은 말할 것도 없지만, 『Barnyard』에서처럼 라이팅 아티스트가 컴포지팅까지 책임지는 프로덕션의 경우 어떠한 컴포지팅 접근으로 내 머릿속의 그림을 조합할 수 있는 ‘패스(Pass)’들을 준비할 것인가 하는 판단력과 그를 스스로 지원할 만한 기술 또한 라이팅 아티스트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라고 하겠습니다.


많은 프로덕션에서 라이팅 아티스트를 Lighting TD (Technical Director)라 부르는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겁니다. 얘기를 하다보니 기술적인 면이 부각된 느낌이 드는데, 이는 ‘문제해결’ 능력을 말하고자 함입니다.
하지만 라이팅 아티스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자질은 두말할 것도 없이 ‘눈’입니다. 이 그림에 무엇이 빠지고, 무엇이 지나치고, 무엇을 ‘말이 되게(sensible)’하고, 무엇을 말이 되지 않더라도 넣는 게 좋을 것인가 하는 점들을 보고 이해하는 ‘훈련된 눈’을 말합니다. ‘Cinematic convention/cliche’에 따른 ‘Reality’를, 우리가 눈으로 직접 보며 ‘기억한다고 생각하는’ 인지된 현실(perceived reality), 그리고 카메라에 찍히는 제약이 가해진 광학적 실재(Optical reality) 등을 언젠가 ‘써먹기’ 위해서는 눈의 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리타분하고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많더라도 Cinematography에 관한 책들, Siggraph등을 통해 발표되는 논문 또는 CGI에 대한 객관적인(조금은 지루한) 글들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글들은 장담컨데 당장 누군가를 훌륭한 3D 라이팅 아티스트로 변신시키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바로 응용해서 써먹을 만한 ‘트릭’에 관한 한 인터넷에 있는 작은 튜토리얼보다 못할지 모르지만, 나중에라도 새록새록 떠올려지는 때가 있다면 훈련은 아마 진행 중일 것입니다.”
라이팅의 매력은 일을 할수록 그를 더욱 강하게 충동시켰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리서치하며 나름대로의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작업의 특성에 매료된 그는 주저 없이 그 일에 이름을 걸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라이팅을 선택한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취향과 잘 어울리는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텍스쳐 페인팅 분야는 애초 관심 영역이 아니었고, 애니메이터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변화에 크게 민감하지 않아도 몇 가지 훈련을 통해 자기 개발을 해 나갈 수 있는 반면 리깅과 라이팅 쉐이딩 분야는 상대적으로 매번 새롭게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다는 점이 끌렸다. 매년 새로운 시도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분야는 활발하게 새로운 것을 수용해야 하는 모험과 실험적인 측면이 강해 이 점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니모를 찾아서』와 『인크레더블』의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볼 때 두드러지게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없지만, 라이팅은 접근과 해결방식이 달라 2-3년의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최근 컴퓨터 칩셋시장에서는 64비트 CPU와 64비트 운영체계 개발이 회자되고 있는데 애니메이션에서도 64비트체제로 간다고 가정했을 때 라이팅, 렌더링 분야가 가장 민감하게 변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이것은 고전적인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와 같은 새로운 시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그는 고인 물보다는 흐르는 물의 맛을 아는 사람이다.


http://magazine.jungle.co.kr/cat_webmulti/detail_view.asp?master_idx=11384&pagenum=1&temptype=5&page=1&code=1&menu_idx=120
2006-08-04

by 옛날사람 | 2008/08/09 02:08 | WEB 기사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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